top of page

탁자 위에 엎드린 동물-이라 말하기는 어려운 검은 형체-의 턱 밑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편지를 따라 읊었다. 상대가 원하는 행위가 자신에게 무슨 해를 끼쳐올지 상상은 하고 부추기는 것인가. 곱게 말려 한 편에 쌓여있는 종이들은 전부 상대로부터 비롯된 편지들이며, 구겨지다 못해 찢겨 너덜거리며 바닥에 던져진 종이들은 전부 자신으로 하여금 비롯되었다.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목숨을 앗은 단어들은 미처 헤아릴 수 없고 선택한 것들 또한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누군가 모든 일의 시작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우발적인 고의라 말할 수 있겠다. 개미 발소리보다 조용한 사용인들 사이로 고성은 이따금 시끄러운 날이 있었는데, 바로 그가 찾아오는 날이었다. 이제는 기다리지도 반기지도 않게 되었다만 그때엔 어찌나 보고있어도 보고팠던지.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