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잔뜩 깔리기 시작한 시기야말로 보이지 않는 보물의 소유자를 찾아오기에 적기였다. 그가 사랑해마지않는 이와 온종일 붙어있을 수 있는 지금이 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었다. 사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테이블 위로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으나 손을 대는 것은 그의 연인뿐이었다. 분명 가려진 얼굴 뒤로 보이는 것은 흐뭇함이리라. 저와는 상관이 없는 감정은 지루할 따름이었고 머릿속엔 돌아갈 생각만 가득하였다. 아마 그도 알아챘을 테지. 그러니 되지도 않는 심술을 부리며 ‘대접’을 하는 것이다. 관객 없는 연극은 그의 연인이 식사를 끝마칠 때까지 이루어졌다. 겨우 얻어낸 ‘좋은 충고자’의 충고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납치를 강행하고 고성의 음식을 먹인다고 해서 비관적인 예술가가 순순히 고성에 제 발을 묶는가? 갓난쟁이에게 물어도 부정의 대답이 올 터였다. 고작 이런 대답을 듣고자 내려온 것이 아니다. 지하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곤 하니, 짧고도 짧은 대답을 듣고서도 나는 예술가의 안전을 걱정해야할 따름이었다. 한숨으로 쌓은 계단을 올라오자 밖은 이미 햇살이 모든 것을 품어주고 있었다. 마치 내가 설 곳은 없다는 듯이.

bottom of page